네이버 퇴근길 테크밋업 발표 후기
처음으로 외부 기술 발표에 섰다. 준비 과정, 발표 당일, 그리고 그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외부 발표는 처음이었습니다. 사내 공유나 팀 내 세션은 몇 번 해봤지만,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는 것은 다른 일이었습니다. 네이버 퇴근길 테크밋업에서 발표를 해보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솔직히 말하면 수락하는 데 하루쯤 걸렸습니다.
네이버 퇴근길 테크밋업은 퇴근 시간대에 현업 개발자들이 모여 기술 경험을 나누는 행사입니다. 큰 컨퍼런스처럼 수백 명이 모이는 규모는 아니지만, 실제 현업에 있는 개발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긴장되는 자리였습니다. 화려한 연구 성과보다 실전에서 얻은 경험을 나누는 분위기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엇을 이야기할까
발표 주제를 정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최근에 깊이 다뤘던 것들을 나열해 보았습니다. 성능 최적화, 번들 사이즈 줄이기, React 렌더링 최적화, 디자인 시스템 구축… 각각 할 말이 있었지만, 청중에게 가장 유용하게 닿을 주제가 무엇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습니다.
결국 기준을 하나 세웠습니다. "내가 1년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 그 기준으로 고르니 주제가 좁혀졌습니다. 실제 서비스에서 Core Web Vitals를 개선하면서 겪은 시행착오들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수치가 있고, 시도한 것과 실패한 것이 있고, 결과가 있었습니다. 이야기가 될 만했습니다.
슬라이드를 만들며 깨달은 것
슬라이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만났습니다. 기술적 깊이와 접근성 사이의 균형이었습니다. 저는 자연스럽게 세부 구현 내용을 넣고 싶었습니다. 코드 스니펫, 브라우저 렌더링 파이프라인 다이어그램, 측정 도구의 내부 동작 방식. 그런데 초안을 다 만들고 나서 처음부터 읽어 보니 흐름이 너무 잘게 쪼개져 있었습니다.
동료에게 한 번 봐달라고 부탁했고, 피드백은 명확했습니다. "처음에 왜 이게 중요한지 모르겠어." 가장 핵심적인 것을 가장 뒤에 묻어 두고 있었습니다. 구조를 다시 짰습니다. 문제 상황과 수치를 먼저 보여주고, 그 다음에 시도한 것들, 마지막에 배운 것. 순서를 바꾸자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슬라이드 장수는 결국 많이 줄었습니다. 처음 40장 가까이 만들었던 것을 25장으로 줄이고, 그것도 발표 전날 다시 손을 봤습니다. 기술 발표는 아는 것을 전부 담는 것이 아니라 청중이 이해하고 돌아갈 것 한두 가지를 남기는 것이라는 걸, 준비하면서 몸으로 배웠습니다.
발표 당일
행사장에 일찍 도착했습니다. 빔 프로젝터와 연결을 확인하고, 리모컨을 손에 익히고, 발표 자료를 한 번 더 훑었습니다. 그래도 긴장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앞 순서 발표자의 세션이 끝나고 마이크를 넘겨받는 순간이 가장 심장이 빨리 뛰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 괜찮았습니다. 청중이 있었습니다. 끄덕이는 사람, 메모하는 사람, 화면을 사진 찍는 사람. 반응이 눈에 들어오니 혼자 무대 위에서 혼자 이야기하는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준비한 흐름대로 이야기를 이어 나갔고, 중간에 한두 번 말이 꼬이기도 했지만 티가 크게 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Q&A에서 받은 질문들
발표가 끝나고 Q&A가 시작됐습니다. 손이 두어 개 올라왔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제가 개선에 사용한 라이브러리를 다른 프레임워크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지였습니다. 두 번째는 이미지 최적화 작업에서 디자이너와 협업을 어떻게 했는지였습니다. 두 번째 질문이 더 좋았습니다. 기술 발표에서 협업 이야기를 꺼낸 것이 뜻밖이었고, 저도 그 부분을 가장 진지하게 고민했던 터라 솔직하게 답할 수 있었습니다.
한 분은 발표가 끝난 뒤 따로 다가와서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며 짧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발표를 준비하면서 기대했던 것이 있다면 바로 그런 순간이었습니다.
발표 이후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표를 잘 했는지보다, 이 경험을 통해 내가 얼마나 정리되었는지가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업무에서 막연하게 알고 있던 것들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유익했습니다. 글로 쓰는 것과도 또 달랐습니다. 발표를 준비하면서 제 이해의 빈틈이 어디인지 더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공유하는 행위에는 두 가지 방향이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청중에게 무언가를 주는 것, 그리고 본인이 정리되는 것. 저는 후자로 더 많이 돌아왔습니다.
다음에는 더 잘 준비하겠다는 다짐보다는, 더 자주 하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발표는 완벽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면서 나아지는 것임을 이번에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