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방향이란 무엇인가
앞선 글에서 일차결합을 다루면서, 우리는 벡터들의 조합으로 새로운 벡터를 만드는 방법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주어진 벡터들이 서로 진정으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가? 아니면 어떤 벡터는 이미 나머지 벡터들의 조합으로 표현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는 개념이 바로 일차독립과 일차종속입니다.
정의
벡터 u1,u2,…,un이 주어졌을 때, 다음 방정식을 생각합니다.
a1u1+a2u2+⋯+anun=0
이 방정식을 만족하는 스칼라 a1,a2,…,an의 해를 분석합니다.
일차독립 (Linearly Independent)
위 방정식의 해가 오직 a1=a2=⋯=an=0뿐일 때, 벡터들 u1,…,un은 일차독립이라고 합니다.
일차종속 (Linearly Dependent)
모든 ai가 0이 아닌, 즉 적어도 하나의 aj=0인 해가 존재할 때, 벡터들은 일차종속이라고 합니다.
정의는 단순해 보이지만, 그 함의는 깊습니다. 일차종속이란 곧 "여분의 벡터가 있다"는 뜻입니다.
기하학적 의미
일차종속을 기하학적으로 이해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다음 사실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벡터들이 일차종속이면, 반드시 그 중 하나의 벡터가 나머지 벡터들의 일차결합으로 표현됩니다. 실제로 aj=0인 해가 존재하면,
ajuj=−a1u1−⋯−aj−1uj−1−aj+1uj+1−⋯−anun
양변을 aj로 나누면 uj를 나머지 벡터들의 선형결합으로 쓸 수 있습니다. 즉, uj는 기하학적으로 "이미 나머지 벡터들이 만드는 공간 안에 있는" 벡터입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겠습니다.
R2에서 세 벡터를 생각합니다.
u1=(10),u2=(01),u3=(23)
이 세 벡터는 일차종속입니다. u3=2u1+3u2이므로, u3은 u1과 u2가 이미 포괄하는 평면 위에 있습니다. 세 번째 벡터를 추가해도 벡터공간의 "범위"는 넓어지지 않습니다.
반면 u1과 u2만을 보면, a1u1+a2u2=0은 a1=a2=0을 강제합니다. 이 두 벡터는 일차독립이며, R2 전체를 생성합니다.
판별법
행렬의 rank를 이용한 판별
벡터들을 열(column)로 배열한 행렬 A=[u1∣u2∣⋯∣un]을 구성합니다. 방정식 Aa=0의 해가 자명해(trivial solution)뿐인지 확인하는 것이 판별의 핵심입니다.
성질
벡터 u1,…,un이 일차독립인 것은 행렬 A의 rank가 n인 것과 동치입니다. rank <n이면 일차종속입니다.
행렬을 행 축소(row reduction)하여 영행(zero row)이 생기면 종속, 모든 행이 피벗을 가지면 독립입니다.
행렬식(determinant)을 이용한 판별
벡터의 개수와 공간의 차원이 같은 정사각 행렬의 경우, 행렬식이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성질
n개의 벡터 u1,…,un∈Rn으로 구성된 n×n 행렬 A에 대해, 벡터들이 일차독립인 것은 det(A)=0인 것과 동치입니다.
예를 들어, R2에서 두 벡터 u1=(1,2)⊤, u2=(2,4)⊤을 보면,
det(1224)=1⋅4−2⋅2=0
행렬식이 0이므로 두 벡터는 일차종속입니다. 실제로 u2=2u1이므로, 두 벡터는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주요 성질
성질 1 영벡터 0을 포함하는 집합은 항상 일차종속입니다. a0=0은 a=0이어도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성질 2 벡터의 개수가 공간의 차원보다 많으면 반드시 일차종속입니다. Rn에서 n+1개 이상의 벡터는 항상 종속입니다.
성질 3 일차독립인 벡터들의 부분집합도 일차독립입니다.
다음으로
일차독립의 개념은 선형대수학의 핵심 구조물인 **기저(basis)**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기저는 벡터 공간을 "낭비 없이, 그러나 충분하게" 설명하는 벡터들의 집합입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